자유 게시판

송암공파 34세 허영준, '장군차(將軍茶)와 가야문화', 2020. 12. 22.

허영준 / 가락회보 편집장·수필가·시인·논설위원


김해시는 가야왕도(伽倻王都)임을 자랑한다. 경상남도 동남부(낙동강 서쪽)에 위치한 김해시는 인구가 계속 늘어나 53만6700명(2019)에 이른다. 고대 가락국(금관가야)이 500여 년(A.D 42~532) 동안 수도(首都)로 군림한 곳.

‘가야 500년의 고도(古都)’로 2000년의 역사문화도시로 발전하고 있다. 몇 년 전까지는 부산에서 김해까지 택시로 40여 분, 버스로는 1시간이나 소요됐다. 현재는 부산~김해 간 경천철이 부설돼 20분 정도여서 참 편리하다.

고려 때 승려 일련(1206~89)이 편찬한 삼국유사(1281~83)의 ‘가락국기’ 편에 보면 서기 42년에 김해지역 지도자들의 추대로 김수로왕이 왕위에 올라 가락국을 창건한다. 가락국은 풍부한 철기를 생산해 ‘철기문화’로 번영하면서 동북아 일대 해상무역 중심지로 성장했다. 500년 도읍지였기에 전역에 ‘가야유적’이 산재했고 발굴유물들은 김해국립박물관, 대성동박물관을 건립해 유물들은 빛을 발한다.

김해시는 ‘장군차’(將軍茶)를 자랑한다. ‘김해시=장군차’로 알려졌다. 김해지역에서만 생산한다. 김수로왕이 등극한지 6년 후에 인도왕실의 허황옥 공주(16)가 먼 나라 가락국의 김수로왕과 혼인하기 위해 배를 타고 일행 20명과 함께 올 때 차 씨앗을 가져와 심은 것이 유래됐다는 설이 있다.

김해시와 인도 허공주의 탄신지 아요디아시는 20년 전 자매결연을 해 서로 교류한다. 김해시는 인도 순례 때마다 아요디아지역에 건립한 허왕후기념비 제단에 김해 장군차를 끓여 올린다. 헌다례(獻茶禮)다. 이때 인도인 통역은 힌디어로 “허공주께서 2000년 전 한국에 시집갈 때 차 씨앗을 갖고 갔으며 김해지방에서 생산한 차를 가지고 와서 올린다”고 해설하면 인도인들은 큰 박수로 기뻐한다. 김해시는 인도 주요 인사들에게 장군차를 선물로 전달한다. “이 차를 늘 마시면 한국에서 허왕후처럼 장수한다”고 하면 더 달라고 한다.

장군차와 관련해 알려진 역사와 유래를 살펴본다. 앞에서 소개한대로 서기 48년 김수로왕과 혼인하기 위해 인도 왕실의 공주 허황옥이 김해로 오면서 혼수품으로 차(茶) 씨앗을 가져와 심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 충렬왕이 김해 금강사에 들렀다가 자생하는 차를 마시고 그 맛이 장군감이라고 해 ‘장군차’(將軍茶)라는 이름을 부여했다고 전해진다.

김해 장군차의 전래 문헌을 살펴봤다. 김수로왕의 15대손인 신라 30대 법민왕이 서기 661년에 가락왕묘(王墓)에 제향(祭享)을 올리도록 조칙(詔勅)을 내렸는데 그때 제물(祭物)로 ‘차’가 올라갔다(삼국유사 가락국기 편). 김해 백월산에 ‘죽로차’가 있다. 수로왕비 허왕후가 인도에서 가져온 차 씨앗이라고 전한다. 이능화(1869~1943)가 쓴 ‘조선불교통사’. 김해 금강사에 차나무가 있는데 고려 충렬왕이 ‘장군차’라는 이름을 내렸다(신증동여지승람). 금강곡에서 황차가 나는데 ‘장군차’라고 한다(김해읍지, 토산조).

김해시가 1987년에 장군차 군락지를 발견(경상남도 기념물 제287호, 2017년 6월)한 이후부터 농가에 본격 보급했다. 현재 그 생산량이 무려 5t에 이르니 주요 농가 소득원이다. 장군차의 품종을 개량해 ‘가야미인’, ‘황옥연가’, ‘왕후의 눈물’이라는 이름으로 판매하고 있다. 모두 허왕후를 연상하게 한다. 김해시내 곳곳에 2000년의 향기 ‘장군차’를 판매하는 가게가 많다. 이제 장군차는 ‘가야차’라는 새로운 관점에서 관광자원이요, 차 문화로 발전하고 있으니 곧 가야문화다.

평생 차학(茶學, Teaics)을 학문적으로 연구해 ‘차학의 구조’를 창안하고 ‘대한 차학 소사전’을 펴낸 박병근 국제차학회 부회장은 10년 전 지인의 권유로 제주에 내려가 터전을 잡고 차학 연구와 강의에 전념하고 있다. 최근 필자에게 그는 ‘가야학’이라는 이름으로 가야의 토기, 철기, 불교문화를 다루고 있다고 소개했다. 가야학 범주에는 가야사, 가야불교, 가야차, 가야문화를 수용하고 있다.

가야차의 관광산업, 가야차 문화의 활용을 제안한다. 이제 ‘가야차’는 학문적인 영역의 주요 대상이며 한국 차학의 세계화와 차문화를 공유하는데 크게 기여하리라 기대한다.

출처 : 뉴제주일보(http://www.jejuilbo.net), 2020. 12. 22.

목록

댓글 목록

입력된 댓글이 없습니다.

개인정보가 포함되거나, 상업성 광고, 저속한 표현, 특정인 또는 단체 등에 대한 비방, 정치적 목적이나 성향, 반복적 게시물, 폭력성 글등은 관리자에 의해 통보 없이 수정·삭제 될 수 있습니다.
또한, 홈페이지를 통하여 불법유해 정보를 게시하거나 배포하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의거 1년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