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문대 구사회 교수 '미강별곡' 공개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조선 중기를 대표하는 도학가이자 정치거물이며 서예가로도 이름 높은 미수 허목(許穆.1595-1682)을 기리는 조선시대 말기 국한문 혼용 가사 작품이 발굴됐다.
선문대 국문학과 구사회(具仕會) 교수는 지금까지 보고된 가사 7천여 수에 포함되지 않은 새로운 작품인 '미강별곡'(嵋江別曲)을 찾아냈다고 23일 밝혔다.
이 가사 작품은 여러 글들을 필사해 묶어 놓은 104쪽 짜리 서책(18 x 39㎝) 중간쯤에 '황산별곡'이라는 다른 가사와 함께 들어 있었다. 책은 앞뒤 표지가 떨어져나가 제목을 알 수가 없다.
'미강별곡'은 전체 27절 54구에 지나지 않는 국한문혼용의 단형가사로, 숙종조에 우의정까지 오른 허목을 배향한 경기 연천 마곡면의 미강서원(嵋江書院) 일대를 유람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노래는 미수의 기상과 정신, 학문과 도통, 삶의 자세나 태도 등을 높이 평가하면서 그의 이런 측면들이 모두 퇴계 이황에게서 연원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신야(莘野)에서 은거하며 밭을 갈던 이윤(伊尹)이 은 탕왕(殷湯王)을 도와 하(夏)나라의 폭군인 걸왕(桀王)을 축출하고, 위수(渭水)에서 낚시하던 강태공(姜太公)이 주 무왕(周武王)을 도와 은나라 폭군 주왕(紂王)을 징벌한 고사에 비겨 허목이야말로 그들처럼 신야위수(莘野渭水)의 충신이었다고 극찬한다.
이어 가사는 그처럼 나라를 위해 충정을 다한 미수가 때가 되자 아무런 미련 없이 다시 초야로 돌아간 정신을 찬양했다.
미수 허목 기린 가사 발굴 |
이처럼 미강별곡은 허목의 덕망과 유풍을 기리는 도학가사에 속한다.
이 작품에는 '선산(善山) 연흥(延興) 윤처사작'(尹處士作)'이라고만 돼 있어 지금의 경북 선산군 연흥이란 마을 출신인 윤처사의 작품이라는 것만 알 수 뿐이다.
하지만 구 교수는 이 가사에 나타난 국어표기법이 18-19세기적인 특징을 보이고, 기호 남인계 문사인 윤희배(尹喜培.1827-1900)라는 사람이 마침 고종 20년(1883) 10월에 허목을 문묘에 배향해 달라는 장문의 상소를 올린 점에 비추어 그가 '윤처사'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았다.
구 교수에 의하면 조선후기에 영남 남인은 대체로 학통이 퇴계에서 학봉 김성일과 서애 유성룡으로 계승된다고 본 데 비해 기호남인들은 퇴계→한강 정구→미수 허목→성호 이익으로 이어졌다고 봤다.
구 교수는 이에 대한 논문을 다음달 발간예정인 국어국문학회 기관지 '국어국문학' 142집에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미강별곡이 발굴된 이번 서책에는 조선후기 방랑시인 김삿갓(김병연)의 한시 2수, '작걸인'(作乞人)과 '안경'(眼鏡)도 포함됐다. 이 중 '안경'은 같은 제목의 김삿갓 시가 알려져 있으나, 이번 작품은 그 내용이 완전히 다르다고 구 교수는 덧붙였다.
http://blog.yonhapnews.co.kr/ts1406
taeshik@yna.co.kr
댓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