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문학사에서 혁명가로 죽었으나 소설가로 살아남은 이가 있다. 바로 ‘홍길동전’의 작가 허균이다. ‘홍길동전’은 우리문학의 중요한 자산이자 당대 한글문학의 뛰어난 성취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허균은 역적으로 몰려 처형당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그는 조선왕조가 막을 내릴 때까지 신원을 회복하지 못했다. 수많은 뛰어난 저작들 역시 방치되고 잊혀졌다. 주류 기득권층 외면에도 불구하고 허균은 끈질기게 살아남아 오늘의 우리의 문학과 문화를 풍요롭게 하고 있다.
허균의 일대기를 다룬 장편 소설이 출간돼 눈길을 끈다.
광주 출신 이진 작가가 ‘허균, 불의 향기’(북치는 마을)를 펴냈다. 작가는 허균의 누이인 조선 최고의 여성 시인 허난설헌을 다룬 소설 ‘하늘 꽃 한송이, 너는’을 펴낸 바 있다.
이번 소설에서 저자는 허균의 문학사적 위업보다 인간적인 삶에 더 초점을 맞췄다. 혁명사상을 부각시키려 하기보다 개인적인 삶의 핍진함에 공을 들였다. 허균이라는 걸출한 인물의 인생역정을 영웅 서사가 아닌, 인간적 면모 가득한 미시 서사로 포착한 것이다.
소설의 첫 시작은 허균이 역적으로 몰려 처형되는 순간을 그렸다. 망나니의 칼끝이 목줄기에 막 닿으려는 절체절명의 순간,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허균을 죽여야만 했던 이들과 그의 죽음을 용납할 수 없는 이들은 또 어떤 생각을 했을까?
마침내 허균의 목이 떨어지고 누군가가 그의 목을 훔쳐 달아난다. 처형된 자의 목이 탈취되는 사건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사건들의 연쇄로 이어진다. 각자 서로 다른 입장에 선 이들의 주장과 행위는 소설에 긴장감과 활력을 더한다. 여기에 절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원수 집안의 두 남녀, 허균을 죽인 이이첨의 아들과 허균의 딸 사이의 사랑 이야기까지 더해져, 소설은 재미와 긴장을 선사한다.
이 작가는 “구상부터 집필에 이르기까지 10년 가까운 세월이 필요했다”며 “몇 줄로 압축된 역사적 사료 이면에 가려진 허균의 진실을 내 방식으로 찾아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편 신춘문예 출신 소설가이자 문학박사인 이 작가는, 광주전남의 역사적 인물을 발굴해 재해석하는 소설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금까지 목포대 강사와 광주여대 교수를 역임했으며 소설집 ‘창’, ‘알레그로 마에스토소’, ‘꽁지를 위한 방법서설’ 등과 논문집 ‘토지의 가족서사 연구’를 펴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허균은 역적으로 몰려 처형당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그는 조선왕조가 막을 내릴 때까지 신원을 회복하지 못했다. 수많은 뛰어난 저작들 역시 방치되고 잊혀졌다. 주류 기득권층 외면에도 불구하고 허균은 끈질기게 살아남아 오늘의 우리의 문학과 문화를 풍요롭게 하고 있다.
광주 출신 이진 작가가 ‘허균, 불의 향기’(북치는 마을)를 펴냈다. 작가는 허균의 누이인 조선 최고의 여성 시인 허난설헌을 다룬 소설 ‘하늘 꽃 한송이, 너는’을 펴낸 바 있다.
이번 소설에서 저자는 허균의 문학사적 위업보다 인간적인 삶에 더 초점을 맞췄다. 혁명사상을 부각시키려 하기보다 개인적인 삶의 핍진함에 공을 들였다. 허균이라는 걸출한 인물의 인생역정을 영웅 서사가 아닌, 인간적 면모 가득한 미시 서사로 포착한 것이다.
소설의 첫 시작은 허균이 역적으로 몰려 처형되는 순간을 그렸다. 망나니의 칼끝이 목줄기에 막 닿으려는 절체절명의 순간,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허균을 죽여야만 했던 이들과 그의 죽음을 용납할 수 없는 이들은 또 어떤 생각을 했을까?
마침내 허균의 목이 떨어지고 누군가가 그의 목을 훔쳐 달아난다. 처형된 자의 목이 탈취되는 사건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사건들의 연쇄로 이어진다. 각자 서로 다른 입장에 선 이들의 주장과 행위는 소설에 긴장감과 활력을 더한다. 여기에 절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원수 집안의 두 남녀, 허균을 죽인 이이첨의 아들과 허균의 딸 사이의 사랑 이야기까지 더해져, 소설은 재미와 긴장을 선사한다.
이 작가는 “구상부터 집필에 이르기까지 10년 가까운 세월이 필요했다”며 “몇 줄로 압축된 역사적 사료 이면에 가려진 허균의 진실을 내 방식으로 찾아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편 신춘문예 출신 소설가이자 문학박사인 이 작가는, 광주전남의 역사적 인물을 발굴해 재해석하는 소설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금까지 목포대 강사와 광주여대 교수를 역임했으며 소설집 ‘창’, ‘알레그로 마에스토소’, ‘꽁지를 위한 방법서설’ 등과 논문집 ‘토지의 가족서사 연구’를 펴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출처:광주일보, 2020.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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