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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균이 시우(詩友)로 사귄 기생 매창에게 준 시(詩) [조해훈], 2020. 10. 11.

  • - 誰過薛濤墳·수과설도분

    절묘한 시구는 비단을 펴놓은 듯하고(妙句堪擒錦 묘구감금금) / 맑은 노래는 흩어지는 구름도 멈추게 하네.(淸歌解駐雲 청가해주운)/ 복숭아 훔친 탓에 인간 세계 내려왔다가(偸桃來下界 투도래하계) / 불사약 훔쳐 인간무리를 떠나버렸네.(竊藥去人群 절약거인군) / 규방엔 등불이 어둑하고 (燈暗芙蓉帳 등암부용장) / 비취색 치마엔 향내 남아있네.(香殘翡翠裙 향잔비취군) / 내년에 복사꽃 피면(明年小桃發 명년소도발) / 누가 설도의 무덤을 지나갈까?(誰過薛濤墳 수과설도분)



    교산 허균(1569~1618)이 전북 부안의 기생 매창(梅窓·1573~1610)을 기리며 ‘계량의 죽음을 슬퍼하며’를 제목으로 지은 시 두 수 중 첫수로, 그의 문집 ‘성소부부고(惺所覆瓿藁)’에 있다.

    시에서 허균은 매창의 시가 뛰어났음을 상기한다. 복사꽃 피는 봄철이면 누가 무덤을 찾아갈 것인지 애절한 심정을 토로했다. 또한 그를 당나라의 이름난 기생으로, 원진·백거이·두목 등과 시를 주고받은 설도에 비유한다. 매창 역시 허균·유희경·이귀·권필·심광세·임서·한준겸 등 많은 문인과 시를 주고받지 않았던가.

    두 사람은 1601년 6월 무렵 허균이 충청도·전라도 세미(稅米)를 거둬들이는 해운판관으로 갔을 때 만났다. 그해 7월 23일 매창을 처음 만나, 부안의 객사에서 둘은 종일 술을 마시며 시를 주고받았다. 기생들과 숱한 염문을 뿌린 허균이었지만, 시에 뛰어난 매창을 알아보곤 잠자리를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10년이나 시우로서 사귀었다. 송도삼절(황진이·서경덕·박연폭포)과 비견되는 부안 삼절이 있다. 매창과 그의 정인으로 알려진 촌은(村隱) 유희경 그리고 직소폭포다. 매창은 부안현 아전 이탕종의 서녀로 태어나 어머니 신분을 따라 기생이 돼 38세에 세상을 떠났다. 매창은 조선 시대 기생 중 유일하게 개인 시집을 출간한 인물이다. 그가 죽은 뒤 1668년 구전으로 전해지던 시 58수를 모아 개암사에서 판각했다.

    시인인 부산 감천문화마을 관음정사 주지 보우 스님이 낸 한 시집 ‘감천에서 매창을 만나다’에 매창과 관련한 시 6수가 있다. 스님은 틈만 나면 매창의 무덤을 찾는다고 한다. 시인·고전인문학자

  • [출처 : 국제신문, 2020. 1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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