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식 소설 ‘호피와 장미’
홍길동 써낸 ‘허균’ 다룬 장편
고향 강릉 소설 속 주요무대
시대 앞서간 치열한 삶 담아
이광식 소설가는.


“이제부터 허균을 다시 얘기해 보자.지금부터 혁명에 대해 다시 논해보자.도저한 논리와 폭력의 만연인 이 방만한 포스트모던이 서서히 저물어 가므로 다시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세계사가 굴러갈 것이 예상되고,그리하여 허균이 또 새롭게 얘기되어야 할 바이다.”

최초의 한글소설 ‘홍길동전’의 저자이면서 조선 최고의 개혁사상가인 강릉 출신 ‘교산 허균(1569∼1618년)’의 일대기를 다룬 장편 역사소설이 출간됐다.이광식 소설가가 최근 펴낸 ‘소설 허균,호피(虎皮)와 장미(薔薇)’.소설 전문은 이달부터 강원도민일보 인터넷판에도 연재,독자들은 클릭만으로 우리 역사 최고의 풍운아를 만나는 재미에 빠질 수 있다.

소설은 400년전,이상세계를 꿈꾸다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허균의 파란만장한 삶과 사상을 다룬다.

호피와 장미 이광식
호피와 장미 이광식

주인공 허균은 내·외적 환란이 끊이지 않던 격동기인 조선 선조와 광해군 시대를 살다간 역사 속 실존 인물이다.왕조시대에 백성 본위의 평등·개혁사상을 일깨우며 사회변혁을 꿈 꾸다가 역적으로 몰려 능지처참의 극형을 받은 비운의 주인공이다.오늘 우리는 그에게 개혁사상가,대문장가,시대를 앞서간 정치인 등 수많은 수식어를 붙이고 있지만,정작 처절하게 좌초한 그는 조선조가 끝날 때까지 억울함을 풀지 못한 미복권 인물이기도 하다.

시대를 앞서간 파격적 사고와 격동의 역사 현장을 관통하는 치열한 삶,육신이 모두 찢겨나가는 극형의 당사자,그리고 왕조가 막을 내릴 때 까지 신원이 회복되지 않아 고향 사람들조차 드러내놓고 그 이름을 입에 올리기를 조심스러워했던 인물,그러나 꿈꾸는 백성들이 가장 그리워했던 인물,허균은 후세인들에게 그 어떤 역사 주인공보다 드라마틱한 소재로 다가서고,오늘 이 순간에도 재평가 요구가 끊이지 않는 지성이다.

저자는 말한다혁명가이면서 문학가 허균의 전 인생,피나는 고난의 역정을 소설로 형상화 함으로써 그를 실제적으로 재평가하고,승리자에 의해 쓰여진 ‘조선왕조실록’이나 ‘연려실기술’의 왜곡된 평가를 넘어서는 새로운 차원의 접근을 해야 할 중대한 시점”이라고.400년이 지나도록 해원하지 못한 허균을 재해석하고 되살려내는 숙제를 누군가는 해야한다는 시대적 당위론이 ‘소설 허균’을 낳았다는 것이다.

허균과 같은 고향 강릉에 터를 잡은 저자가 이야기를 풀어헤쳤다는 점도 의미를 더한다.허균과 그의 부친 초당 허엽,형인 악록 허성,하곡 허봉,누이 난설헌 허초희 등 이른바 허씨 5문장가 얘기는 사실 강릉을 논외로 하고서는 진전을 볼 수 없다.이들 가문이 강릉 사천면 애일당과 초당동에서 실제 생활한 기록이 있고,특히 허균과 허초희는 평생 강릉을 그리워했다.따라서 강릉의 작가가 강릉을 주요 무대의 하나로 설정해 쓴 ‘소설 허균’은 현장감과 완성도가 돋보인다고 할 수 있다.저자는 “마땅히 고향 선배 허균을 써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며 지난 10년 가까이 고심을 거듭했다”고 밝혔다.

독자들은 비극적 생을 마치는 비극적인 극형의 현장에서 “할 말이 있다”며 허균이 토해내려 한 마지막 못다한 사자후를 소설을 통해 들을 수 있다.소설에는 ‘경계인’ 허균의 인생 부침이 드라마처럼 펼쳐지고,본인과 민초들을 옭맸던 오랏줄을 끊어내려는 꿈과 사상이 꿈틀댄다.400년전 격동의 시대상이 타임머신을 탄 듯 그려지고,조선시대 언어가 문학의 힘을 빌려 만발한다.저자는 “세계사의 전환기에 허균을 다시 얘기하는 바,21세기가 저물어 갈 즈음 그것이 무엇되어 나타날지 궁금하다”고 했다.심은섭 문학평론가(가톨릭관동대 교수)는 “허균의 개혁을 한줌도 훼손하지 않는 의식의 총량을 쏟아부은 노작(勞作)”이라고 평가했다.소금북 소설선,1만5000원. 이연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