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당 4부자의 조천록 학술대회 결과를 출판하면서
조선왕조는 500년 동안 전반기에는 명나라에 사신을 보냈고, 후반기에는 청나라에 사신을 보냈습니다. 명나라에 보내는 사신은 천자에게 조회한다는 뜻을 살려서 조천사(朝天使)라고 하였지만, 청나라에 보내는 사신은 중화(中華)가 아니라고 하여 연행사(燕行使)라는 표현을 학자들이 썼습니다. 따라서 명나라에 사신으로 다녀온 기록을 조천록이라 하고, 청나라에 다녀온 기록을 연행록이라 합니다.
연행록은 몇백 종이 남아 있지만, 조천록은 몇십 종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 가운데 가장 뛰어난 기록이 바로 하곡 허봉의 '하곡선생조천기(荷谷先生朝天記)'입니다. 하곡의 아우 교산 허균은 네 차례 명나라에 다녀오면서 '정유조천록', '을병조천록' 등의 기록을 남겼습니다. 초당 허엽과 악록 허성도 명나라에 다녀오며 많은 글을 지었지만, 현재는 문집에 일부 남아 있을 뿐, 따로 정리된 조천록이 없습니다. 허균이 '하곡집'과 '난설헌집'은 직접 편집하고 출판했지만, 초당과악록의 문집을 편집할 기회가 없어서 수많은 문장들이 흩어졌다가, 후손들이 일부만 수집하여 '초당집'과 '악록집'을 편집하였기 때문에, 온전한 조천록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어 아쉽습니다.
그러나 이번 학술대회를 준비하면서 허성도 허균 못지 않게 여러 차례 중국에 사신으로 파견되었던 사실을 확인하게 된 것은 큰 수확입니다. 1581년 남강(南岡)과 최옹(崔옹)과 함께 주청사(奏請使)로 북경에 다녀올 때에 많은 한시를 지었는데, 그 가운데 최옹과 주고받은 한시 중심으로몇십 편이 '악록집'에 실려 있습니다. '악록집'은 후대에 다른 문집에 실린 시들을 수집하여 편집한 초고이기 때문에, 이때 최옹 집안에 전해지는 기록을 얻어온 듯합니다. 1598년 이원익과 함께 진주사로 북경에 파견되었을 때에도 많은 업적을 이루고 돌아왔습니다.
조선왕조 500년 동안 초당선생의 집안처럼 4부자가 모두 명나라에 사신으로 다녀온 문중은 없었습니다. 그 동안 잊혀졌던 초당 문중 4부자의 중국 체험과 조천록에 관한 연구를 준비하여 2019년 6월 27일 강릉에서 학술대회를 열었습니다. 이 단행본은 그날 발표된 귀한 논문들을 편집한 것입니다.
허봉, 허균 두 형제의 조천록에 관한 연구는 예전부터 활발하게 진행되었기 때문에, 국내외적으로 많은 연구업적이 축적되어 있었습니다. 이 가운데 최강현(홍익대), 박현규(순천향대) 두 교수님의 논문을 얻어서 함께 편집했는데, 이분들은 허균난설헌학술상을 일찍이 수상했던 연구자들입니다.
그 외에 박명숙(소주대), 곽미선(연변대), 이호윤(하얼빈대) 교수님의 논문들은 중국에서 활동하면서 허봉, 허균 형제의 중국 체험에 관해 연구하신 결과물인데, 이호윤 교수님은 서울기독대학교 교수로 오셔서 이 논문을 보내주셨습니다.
학술대회를 치르는데 도와주신 문중의 여러 어른들께 감사드립니다. 이 단행본을 시작으로 하여 앞으로 양천허씨 초당공파연구총서가 계속 간행되어, 난설헌까지 포함하는 양천 오문장가(陽川五文章家)에 관한 연구가 활발해지기를 기대합니다.
2020년 2월 20일
열상고전연구회 회장 허경진
<차례>
초당 허엽과 악록 허성
초당(草堂)과 악록(岳麓)의 중국 체험과 조천록(朝天錄) 편집의 필요성 [허경진]
하곡 허봉
화이론 관점에서 바라본 허봉 '조천기'의 특징 [박명숙]
對明使行과 對日使行에 보이는 異端 論爭의 樣相 [구지현]
'하곡선생조천기(荷谷先生朝天記)'와 중국 인식 [이호윤]
許荷谷의 朝天錄을 살핌 - 국립중앙도서관 소장 필사본을 중심으로 [최강현]
교산 허균
허균의 기행시집 '을병조천록'에 대하여 [심경호]
千秋 사행시기 허균 문헌 관련 활동 [박현규]
北京에서의 許筠 足跡 고찰 [박현규]
허균의 중국 서적 입수와 역사적 의미 [곽미선]
<집필진 소개>
허경진 연세대학교 객원교수. 박명숙 中國 蘇州大學校 韓國語學科 副敎授.
구지현 선문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 조교수. 이호윤 서울기독교대학교 교수.
최강현 홍익대학교 명예교수. 심경호 고려대학교 교수.
박현규 順天鄕大 中文科 교수 . 곽미선 중국 연변대학교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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