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가 허준(45)이 그동안 주로 작업하던 산수풍경을 넘어 새로운 시도의 근작들로 작품전을 연다.
‘이것 저것 THIS AND THAT’이라는 전시명 아래 13일 토포하우스(서울 인사동)에서 개인전의 막을 올리는 것이다.
홍익대에서 동양화를 공부한 허 작가는 자신의 산행 경험 등을 바탕으로 현대적 산수풍경 중심의 작품활동을 해왔다. 작가는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새로운 도전을 갈망했고, 자신의 내면세계를 보다 적절하게 담아낼 새 이미지 연구에 들어간다.
허 작가는 결국 산수풍경 작업을 미뤄두고 주변 일상 속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평범한 것들에 자신의 심리상태, 내면세계를 응축시키게 된다. 새장, 날개, 심지어 텃밭에 자라는 대파 등을 통해서다.
작가가 작품에 녹여내는 심리상태는 사실 특별한 게 아니다. 현대인 누구나 가진, 또는 가질 수 있는 보편적인 것이기도 하다. 바쁘고 복잡한 현실에 대한 불만, 더 나은 삶을 향한 욕구, 갖가지 형식·내용의 억압에서 벗어나고픈 자유, 그리고 작지만 소중한 희망·꿈의 발견 등이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것들이다.
허 작가는 꺾여진 날개를 통해 답답한 현실과 그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을 드러내고, 새장 밖으로 애써 비집고 나오는 식물의 꽃과 줄기·잎사귀로 자신을 억압하고 옥죄는 환경을 토로하는 듯하다.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텃밭에서 싱싱하게 자라는 대파에서 작가는 끈질긴 생명력을 맛보며 희망을 찾아낸다.
사실 허 작가는 호남 화단의 큰 산으로 유명한 남농 허건(1908~1987)의 손자이기도 하다.
추사 김정희의 제자로 19세기 문인화를 이끈 소치 허련이 토대를 쌓은 진도 ‘운림산방’의 화맥이 5대째 이어지고 있는 데, 허 작가도 그 화맥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허 작가는 “어린시절 할아버지가 화실에서 먹의 농담을 내실 때 붓을 혀에 가져다 대시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며 “가끔 작업이 힘들거나 지칠 때면 할아버지 박물관을 찾기도 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25일까지.
댓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