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권씨 문중의 아시조(亞始祖)인 권인행(權仁幸)공의 묘단(墓壇)이 청도에서 1천여년 만에 본향인 안동으로 옮겨졌다.
안동 권씨 대종회와 화수회는 7일 안동 권씨 시조 묘소가 있는 안동 서후면 능동재사에서 아시조 묘단 이설 고유제를 가졌다. 이날 행사에는 안동 권씨와 함께 고려 태조 왕건의 건국을 도와 삼태사라는 칭호를 받은 안동 김·안동 장씨뿐만 아니라 하회 류·의성 김·고성 이씨 등 100여명의 대문중 관계자들도 전통 제례복식으로 참석해 아시조 묘단 이설을 반겼다. 아시조란 시조의 바로 다음 대 주손(장자)을 칭하는 말이다.
안동 권씨 시조인 태사(太師) 권행(權幸)의 외아들 권인행공의 묘단 이설은 이튿날인 8일 어버이날을 앞두고 1천년 만에 안동 권씨의 시조인 아버지를 찾아 와 '천년의 해후'로 효를 행한다는 뜻도 내포돼 있어 눈길을 모으기도 했다. 안동 권씨 문중의 아시조 묘단 이설은 천년 전인 고려중엽부터 시작해 조선시대에 접어들면서 대제학 권유, 이조판서 권혁, 영의정 권돈인 등 후손들이 경상도관찰사로 부임했을 때마다 추진을 시도했으나 '안동으로 이설을 해야한다'는 주장과 '청도 그 자리에 그냥 둬야한다'는 등 문중 내부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서 지금까지 이뤄지지 못했는데, 지난해 안동 권씨 대종회의 전격적인 이설 결의로 마침내 권문의 이 '천년열망'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
청도 운문면 공암 정자동 뒷산에 소재한 권인행의 구(舊) 묘단은 그동안 마을 주민들이 '권릉'(權陵)이라고 불러왔으며 고려 때 낭중이라는 벼슬을 지낸 그와 부인 양천 허씨의 무덤이라는 구전이 전해져 왔다. 부인은 양천(陽川)의 청도 공암촌주(孔巖村主)인 허선문(許宣文)의 딸. 허선문은 양천 허씨의 시조이기도 하다.
안동민속박물관 손상학 학예사는 "고려시대를 포함해 약 1천년이란 긴 세월 동안 한 문중에서 대를 이어 관련 기록을 책자와 목판으로 남겨가며 아시조 묘단 이설 문제를 끝없이 논의하고 추진해 온 것 자체만도 조상의 업적과 공덕을 기리고자 하는 우리 민족의 숭조보본(崇祖報本) 사상이 얼마나 뿌리깊은 지를 잘 보여 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권정달 안동 권씨 대종회장은 "아시조의 묘단 이설로 선조에 대한 향념을 올곧게 이어가고자 하는 지난 1천년간 간직해 온 후손들의 열망이 비로소 마무리됐다"며 "고려 태조로부터 사성(賜姓)받은 안동 권씨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는 계기로 삼아 시조 묘소 곁에 아시조 묘단이 함께하는 서후 능동재사를 후손들에게 효를 가르치는 장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안동·권동순기자 pino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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