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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산 허균이 '죽은 아내를 제사 지내는 글', [허경진 역]

  죽은 아내를 제사 지내는 글 (祭己妻文)


     그대는 성품이 공경스럽고 정성스러웠지

     그 덕은 그윽하고도 고요하였지.

     일찍이 시어머니를 섬길 때

     시어머니 마음을 기쁘게 해드렸었지.

     죽어서도 시어머니 따라

     이 산에 와 묻혀 있구려.

     거친 들판에 안개가 퍼지고

     달빛 쓸쓸한데 서리까지 차갑구려.

     의지 가지 없는 외로운 혼

     외로운 그림자 더욱 슬프외다.

     십팔 년이 지나서야

     그대 남편 귀히 되어 높은 벼슬에 오르니,

     성은이 넘쳐 그대까지 추봉(追封)*하라는

     조서가 내려졌다오.

     미천하게 지낼 때 가난을 함께 하면서

     나의 벼슬 높아지기만 빌더니

     벼슬 높아지자 그댄 벌써 죽어 없어지고

     추봉의 은총만 부질없이 내려졌구려.

     어찌하면 이 영화를 함께 누릴까

     이 내 시름 하염없으니,

     아마도 그대 넋이 내 마음 알아준다면

     그대 또한 저승에서 눈물 흘리리다.

     녹으로 내린 술 한 잔 들어 보구려

     서러움에 눈물만 줄줄 흐르는구려.


*추봉(追封) : 죽은 뒤에 관위(官位) 따위를 내림.  남편의 벼슬이 바뀌면 부모와 아내에게도 그에 알맞는 교지를 내렸는데, 죽은 이들에게도 추봉하였다.

[출처 : 허균전집  국역 성소부부고 2, 허경진 역. (407-408페이지). 난설헌출판사,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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