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호미
고향 옛집 허청에 덩그러니
대 끊긴 유산처럼 홀로 걸려있는 호미
무너진 담장너머 숨어있던 바람이
새척지근한 땀내를 한 움큼 떨구고 지나간다
서 있는 것이 죄이기라도 한 듯
따개비처럼 땅에 붙어 엉금거리는 생(生)
비탈진 뙈기밭도 문전옥답만 같아서
자식새끼 양육하듯 밭이랑 끌어안는 시간마다
둥글게 몸을 말은 그림자도 뒤뚱거리며 뒤따른다
운궁법 익힌 마법사처럼
세상 모든 생명들을 심고, 키우고, 꽃피우는
날래고 능수능란한 호미놀림
노을이 붉게 물들고서야 간신히
눈에 띄는 빈자리 후비적대며 걸어 나오면
석고처럼 굳어진 몸뚱이
담장 싸리나무 꽃들이 한꺼번에 홍자색 울음을 터뜨린다
생떼 같은 식구들 먹여 살리느라
허구한 날 가슴이 타고 등뼈가 휘는 날들
잡초처럼 땅을 움켜쥐고 사는 손을
놓지 못하는, 그 인고는
갈퀴손 같은 신체의 일부가 된지 오래다
뼈를 갈아 자식 몸에 붙여주듯
닳고 또 닳은 호미
사마귀처럼 날씬하고 강단 있는 몸태는
조막손 같은 정물화로 남아
등 굽은 몸 그림자 밟으며 어머니가 걷고 있다
(백교문학상/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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