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시 당선작-우수상 허정진]
기도의 연줄
입력 : 2017-03-15 00:00
푸른 영혼의 강가에 기대어
높은 곳 하늘 끝에 오르는 살진 방패연
덜커덩, 낯선 바람이 연줄에 올라타고 있다
구름의 포를 뜬 창호지 하나
한줄기 미풍에도 바르르 몸을 떨던
문풍지 우는 여린 마음
뼈마디 같은 꽁숫달에 몸을 일으키고
오래된 그리움을 풀어쓰기 한 장방형 연서
어둠 뚫고 새벽길 내려앉은 달빛처럼
둥글게 방구멍 낸 하늘걸음이 가뿐하다
햇살의 결과 겹으로 만든 연실은
한설삭풍에도 웅크려들지 않는
믿음의 푸새 먹인 생명줄
말도, 소리도 없는 미세한 떨림만으로
사지를 돌고 돌아 심장에 이르는 실핏줄처럼
이 끝과 저 끝을 연결하는 기도자의 동선
당기고 풀어내며 멈추는 일 없이
성령의 보금자리에 둥지 튼 연을 지탱하며
결코 놓치지 않는 언약의 끈
허공은 그걸 받아주려고
바지랑대 치켜든 빨랫줄처럼
밑줄 친 말씀 한 구절 팽팽히 잡아당긴다
누군가 위에서 당겨주고 있는 느낌
손안에, 짜릿한
그 응답!(2017 국민일보 신춘문예 신앙시 당선 : 기도의 연줄)
* 허정진(필명 : 허석), 판도좌랑공파 전부공파 한천공파 32세.수필가, 시인. 전북일보 신춘문예 수필 및 국민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한국문인협회 회원(2018).
입력된 댓글이 없습니다.
개인정보가 포함되거나, 상업성 광고, 저속한 표현, 특정인 또는 단체 등에 대한 비방, 정치적 목적이나 성향, 반복적 게시물, 폭력성 글등은 관리자에 의해 통보 없이 수정·삭제 될 수 있습니다.
또한, 홈페이지를 통하여 불법유해 정보를 게시하거나 배포하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의거 1년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댓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