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w.freecolumn.co.kr트럼프의 마피아식 우크라전(戰) 거래2025.03.05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개입으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는 예측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3년 동안 러시아의 침략 전쟁을 막아내느라 피폐해진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입니다.그런데 트럼프가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벌이는 종전 협상 조건이 놀랍습니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에서 나오는 광물 수입의 절반을 미국 펀드에 기부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협상안의 구체적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 액수가 무려 5,000억 달러에 달한다고 합니다. 미국이 전쟁 기간 무기 지원 등으로 우크라이나를 도운 대가를 이런 방식으로 회수하려 한다는 해석이 나옵니다.뉴욕타임스는 이를 "강탈적인 마피아 두목" 수법과 같다고 표현했습니다. 뉴욕은 미국 마피아 범죄 조직의 중심지입니다. 뉴욕에서 성장한 트럼프나, 뉴욕을 기반으로 신문을 발행하는 뉴욕타임스 모두 마피아 조직의 생리에 익숙할 것입니다. 트럼프의 국제정치 방식을 마피아 조직에 빗댄 것은 흥미롭습니다.마피아 조직의 논리는 단순합니다. 보호와 보복입니다. 마피아는 지역 상점이나 기업을 상대로 "우리가 너를 지켜줄 테니 보호비를 내라"고 요구합니다. 표면적으로는 보호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네가 우리를 배신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협박이 포함돼 있습니다.이 논리를 국제정치와 외교에 적용하면 트럼프식 협상 스타일과 유사한 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우크라이나, 우리가 너의 전쟁을 끝내주는데 그 대가를 내놓으라"는 것입니다.협상 조건 초안에는 종전 후 러시아의 재침공 가능성에 대비한 미국의 안보 공약이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이 점이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트럼프 측의 반응은 마피아 조직의 논리와 유사합니다. 미국이 경제적으로 이득을 얻으니 그것이 곧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전보장 공약과 다름없다는 주장입니다.또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당사자인데도 트럼프는 푸틴 대통령을 비판하지 않으려 합니다. 이는 그의 친푸틴 성향이 다시금 드러난 대목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 내 정치 논평가들 사이에서는 '우리가 푸틴의 협력자에게 투표한 적이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으며 '2차 대전 이후 러시아의 선전 홍보에 가장 우호적인 미국 정부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미국은 2차 대전 이후 강대국으로서 세계 질서를 유지해 왔습니다. 세계 경찰 역할을 하며 특정 지역의 평화를 위해 개입해 왔습니다. 중동 분쟁 개입에는 석유 공급 안정화를 명분으로 내세웠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는 유럽 평화에 대한 위협을 강조하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명분을 내세웠습니다.그러나 트럼프 시대의 미국은 이러한 가치 외교를 무시하고 철저히 거래 외교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물론 전쟁으로 피폐해진 나라를 이런 방식으로 착취하는 것이 정당한가라는 도덕적 비판이 제기됩니다. 하지만 전쟁을 빨리 끝내고 평화를 정착시킬 수 있다면 실용적인 차원에서 받아들여질 수도 있습니다.우크라이나는 국토 면적 약 60만㎢로 러시아를 제외하면 유럽에서 가장 넓은 나라입니다. 그리고 이 광대한 땅에는 각종 광물 자원이 풍부합니다. 미국 지질연구소에 따르면 미국 경제 발전과 방위 산업에 필수적인 50개 주요 광물 중 20개가 우크라이나에서 경제적 채굴이 가능하다고 합니다.티타늄은 비행기 제작, 정형외과 소재, 화장품 원료로 쓰이며 우크라이나는 세계 생산량의 6%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리튬은 유럽 매장량의 3분의 1이 우크라이나에 묻혀 있습니다. 원자력 발전소 및 핵무기 원료로 쓰이는 우라늄은 러시아를 제외하면 유럽 최대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습니다.미국이 우크라이나의 희토류에 주목하는 것은 필연적입니다. 희토류는 스마트폰, 풍력 발전기 등 하이테크 산업과 미사일 등 첨단 방위산업에 필수적인 소재로 중국이 공급망의 80%를 장악하고 있습니다. 중국 견제가 시급한 미국이 가장 탐내는 자원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트럼프가 그린란드를 탐내는 이유 중 하나도 희토류 때문입니다.우크라이나 정부가 지난해 광물 개발로 거둔 로열티만 해도 11억 달러에 달합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충분히 탐낼 만한 가치가 있는 협상 카드입니다.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2월 28일 백악관에서 트럼프와 만나 광물 협정에 서명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그러나 회담은 말다툼 끝에 결렬되었습니다. 젤렌스키는 푸틴을 비난하며 미국의 안전보장을 요구했지만 트럼프는 "3차대전에 도박하고 있다. 당신은 카드가 없다"고 면박을 줬습니다. 이 장면을 지켜본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트럼프가 젤렌스키의 뺨을 때리지 않은 건 자제력의 기적"이라며 젠렌스키를 조롱하고 트럼프 편을 들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누구 편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역학 관계가 형성되고 있습니다.결국 종전을 향한 협상은 계속될 것입니다. 젤렌스키로서는 미국의 지원 없이 전쟁을 계속해서 수행할 수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낸 업적으로 국제 사회에서 인정받고 싶어 합니다. 게다가 종전이 되면 우크라이나로부터 광물 자원 수입의 상당 부분을 보상으로 받을 수 있으니 나름의 외교적 업적으로 삼을 수도 있습니다. 그의 마음속에는 노벨 평화상에 대한 기대도 있을지 모릅니다. 푸틴 대통령 역시 젤렌스키 못지않게 이 전쟁이 끝나길 바라고 있습니다. 종전 협상을 통해 트럼프와의 관계를 개선하면 유럽뿐만 아니라 국제 무대에서 미국과 대등한 영향력을 회복할 수 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현재 한국은 정치적 공백 상태가 3개월째 지속되고 있습니다. 트럼프의 거래 외교가 다시 시작된 이 시점에 우리는 어떤 대응 전략을 가지고 있을까요. 방위비 분담금, 미중 패권 경쟁, 북한 핵문제 등 트럼프의 요구는 더욱 거칠고 직접적일 것입니다. 한국이 이를 주도적으로 조율할 정치적 힘을 갖추지 못한다면 우리 또한 트럼프식 거래 외교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문제는 트럼프가 제시할 가격이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지금 한국이 현명한 선택을 준비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자유칼럼의 글은 어디에도 발표되지 않은 필자의 창작물입니다.자유칼럼을 필자와 자유칼럼그룹의 동의 없이 매체에 전재하거나, 영리적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습니다.필자소개김수종‘뉴스1’고문과 ‘내일신문’ 칼럼니스트로 기고하고 있다. 한국일보에서 32년간 기자생활을 했으며 주필을 역임했다. ‘0.6도’ 등 4권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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