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w.freecolumn.co.kr아드레날린 러시와 풍선 춤2025.02.12투쟁-도피 호르몬으로 알려진 아드레날린은 스트레스를 받거나 흥미롭거나 위험하거나 위협적인 상황에 분비되는데, 갑자기 방출되는 것을 아드레날린 러시라고 합니다.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은 공격성과 연관이 있고 중독성도 있다 합니다. 먼 조상 인류들의 생존에 긍정적인 역할을 했기에 남아있는 생물학적 형질입니다. 다음 언제 또 먹을 수 있을지 몰랐을 원시 인류에게 과식도 생존에 도움이 되었겠지요. 하지만 풍요의 시대에 과식은 건강을 해치는 안 좋은 습관으로 여겨집니다. 대부분 사회공동체 구성원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이유를 내세워 다수의 사람들이 폭력적, 불법적 행동을 벌이는 폭동은 아드레날린 러시를 느끼고 테스토스테론 발산을 쫓아 행동하는 행태입니다. 참가자 대부분이 남성인 것이 한 증거이겠지요. 방송에 비친 난동 모습은 ‘뽕쟁이’ 혹은 좀비들이 본드 창고를 습격하는 내용의 아직 안 만들어진 영화에서 사용하면 제작 예산을 줄일 수 있을 듯합니다. 트럼프 추종자들의 2021년 1월 미국 의회, 지난달 서울 서부지법 폭동 사건이 이런 일이었습니다.필자도 남들만큼 아드레날린 러시를 좀 다른 방식으로 즐깁니다. 유튜브를 너무 보는 것 같은 주변 지인들에게도 권하고 싶은 방식입니다. 첫째가 스포츠입니다. 한국시간 월요일 오전에 59번째 미국 슈퍼볼 경기가 열렸습니다. 미식축구 양대 리그(AFC, NFC)의 두 우승팀이 시즌 최종 강자를 가리는 미국 최대 스포츠 행사일 뿐 아니라 미국 밖에서도 상당히 많은 시청자들이 봅니다. 경기 중반 하프타임 쇼와 광고료가 비싼 것으로도 유명하지요. 작년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경기를 보기가 어려웠는데 이번 시즌 MBC 스포츠 채널이 중계를 시작해서 미국에 있을 때 경기 방송을 보며 아드레날린 러시를 즐겼던 나에게는 무척 반가운 일입니다.수비, 공격 선수들이 다르고, 공격에서도 던진 공을 잡거나, 공을 안고 달리는 등 10개가 넘는 각각 특화된 선수들은 날렵한 육상선수 체형부터 150kg, 2m가 넘는 거구들도 있습니다. 뇌진탕 등 크고 작은 부상도 잦아 선수를 보호하려는 장비나 규칙 강화 등 노력도 지속되고 있지요. 이들이 혼신을 다해 달리고, 몸싸움하는 경기를 보고 있으면 쉽게 빠져듭니다. 미국 전역에 흩어진 32개 팀의 연고지 경기장은 실내 돔, 천장이 없이 완전히 개방된 스타디움 등 다양한데 시즌이 한겨울 12월에 끝나고 포스트 시즌 경기가 이어지니 종종 눈 내리는 날 설중전(雪中戰)이 벌어집니다.설 연휴 기간 흥분해서 이런 설중전을 고함과 함께 보았습니다. 이번 슈퍼볼에서 우승한 필라델피아 이글스와 로스앤젤레스 램스가 필라델피아 스타디움에서 벌인 포스트 시즌 경기였습니다. 맑은 하늘 아래 시작했는데 중반쯤부터 눈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0도의 실외에서 팔뚝을 드러낸 선수들이 한겨울 호빵찜통 같은 김을 뿜어내며 던진 공을 잡아내고, 공을 굳게 품고 뛰는 공격수를 태클하기 위해 전력 질주하는 거구 수비수들. 에너지가 넘쳐나는 거칠게 생긴 사내들의 열기가 눈을 녹여내는 것을 보며 피가 끓어 가만히 앉아서 볼 수 없습니다. 건물 유리창을 부수는 폭도들이 연출하는 장면과 다른 것은 심판의 신호가 있으면 엄청난 몸싸움과 혼란을 멈추고 정해진 대형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는 거지요. (왼쪽)전력 질주하는 공격수를 쫓는 수비수들.(오른쪽)줄무늬 상의 심판의 휘슬이 울리면 거친 몸싸움을 멈추고 대열로 다시 정렬해야 한다둘째는 베토벤의 음악입니다. 홈 팀의 승리로 게임이 끝난 후 흥분이 채 가시기도 전에 정서적 안정을 위해 고전음악 방송으로 채널을 돌렸는데 마침 작년 말 있었던 대전시향의 베토벤 연주 실황이 나왔습니다. 합창 환상곡과 교향곡 9번 '합창' 공연이었습니다. 대전에 있을 때 이 교향악단의 연말 '합창' 교향곡 공연을 여러 번 보았는데 우연히도 여러 해 만에 이들의 연주 실황을 보게 된 것이죠. 특히 작년 말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피아니스트 손열음 등 해외에서 활동하는 음악가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고잉홈프로젝트 악단과 성악가와 합창단이 펼친 이 두 곡의 감동적인 공연을 보았기에 설중전 아침 실황 방송이 더 흥미로웠습니다.‘환희의 송가’로 잘 알려진 9번 교향곡은 음악적 긴장과 도발, 강렬하고 방대함으로 듣는 이에게 아드레날린 러시를 선사하지요. 그런데 20분 남짓 짧은 합창 환상곡도 만만치 않습니다. 손열음은 “베토벤 자신의 모든 면이 부각될 수 있는 종합예술작품을 써보리라는 태세로 쓴 음악인 듯하다"고 설명했습니다. 피아노, 오케스트라와 각 파트, 마지막에는 성악부가 천천히 시작하나 빠르게, 여리다가 힘차게 이어집니다. 모든 기악과 성악이 전력으로 엮어내는 피날레에 전율을 느낍니다.이 곡 초연 때 베토벤이 피아노를 연주했고, 연주 도중 각 파트가 엉켜 중단하고 처음부터 다시 연주했다고 합니다. 엄청 혼란스럽게 보이나 득점을 위해 혼신을 다하는 미식축구 장면과 일맥상통했습니다. 그런데 처음 TV에 비친 대전예술의전당 공연의 지휘자가 좀 작아 보인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여성 지휘자 이자경이었습니다. 200명 가까운 연주자들의 소리를 모아 어떤 때는 여리게, 어떤 때는 공연장이 터져라 우렁찬 소리가 나도록 관현악단과 합창단의 에너지를 모으는 모습이 어떤 우락부락한 폭도보다 더 에너지가 넘치는 작은 거인 마에스트라였습니다.트럼프는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상상을 초월하는 조치와 발언을 이어가고 있지요. 2021년 1월 의회 난입했던 폭도들 약 1,500명을 감형하거나 사면했습니다. 그는 또 종신형을 복역 중인 마약거래와 자금세탁의 온상이었던 다크 웹 실크 로드 운영자도 사면했습니다. 실크 로드가 가상화폐 사용에 기여했다며 그를 사면하라는 비트코인 투자자들의 요구를 들어준 것입니다. 트럼프는 멕시코와 캐나다가 미국으로 마약이 유입되는 것을 막지 않는다고 이들로부터의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했습니다(현재 일시 유예 중). 그러면서 종신형을 받을 정도의 마약 관련 중범죄자를 사면한 것이니, 그에게서 법과 원칙을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임을 잘 보여줍니다. 우둔한 미국의 유권자들은 개의치 않는 모양입니다.법원에 난입한 시위대가 한국 선거와 무관한 미국 성조기를 휘젓고, ‘선거를 도적맞았다’는 미 의회 난입 폭도들의 구호를 앵무새처럼 흉내 내는 게 보기 싫습니다. 왜 미국의 멍청한 유권자의 미친 짓을 따라 합니까. 설상가상 야당 지도자가 자신은 한국의 트럼프라고 합니다. 만약 현 대통령이 탄핵되면 차기 대통령이 될 개연성이 높은 사람의 이런 발언은 범법자 전력이 문제가 아니라는 메시지인가요, 아니면 혹시 법원 난입 폭도들을 사면하겠다는 은밀한 윙크인가요?취임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트럼프가 일으키는 세계 정치·경제 풍파는 머지않아 태풍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 와중에 권력욕과 영웅심에 빠진 정치인과 선동가들은 가뜩이나 견고성에 대한 고민이 없이 여기저기 덧대어놓은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얼개를 흔들기에 정신없습니다. 더 험한 위기에 빠지는 것을 막으려면 지식인들이 부화뇌동해 풍선 춤추기 하는 것을 멈추어야 합니다. 나라가 어지러울 때 가방끈 값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자유칼럼의 글은 어디에도 발표되지 않은 필자의 창작물입니다.자유칼럼을 필자와 자유칼럼그룹의 동의 없이 매체에 전재하거나, 영리적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습니다.필자소개허찬국1989년 미국에서 경제학 박사학위 취득 후 미국 연지준과 국내 민간경제연구소에서 각각 십년 넘게 근무했고, 2010년부터 2019년 초까지 충남대 무역학과 교수로 재직. 다양한 국내외 경제 현상을 조사하고 연구하는 것이 주된 관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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