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n.co.kr뒤탈 큰 습설과 양극화2024.12.05지난주 필자가 거주하는 경기 남부 지역에 기록적인 폭설이 이틀 동안 내려 쌓이며 피해가 컸습니다. 습기가 많아 무거운 눈, 습설이 그친 후 마당에 휘어진 채 눈에 파묻혀 있던 향나무의 눈을 서둘러 치웠지만 아직도 누워있습니다. 전에도 한두 번 비슷한 일이 있었지만 눈이 오래가지 않아 녹으며 나무가 바로 섰는데 이번에는 일어서는 조짐이 미미합니다. 근래 미국 대선, 국내 정치권에서 더 심해진 저급한 선동과 양극화 경향이 앞으로도 계속되며, 습설처럼 공동체 사회를 뒤틀어 놓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이번 눈에 부러진 동네 소나무들을 보면 정치·사회적 양극화의 폐해가 더 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이상 기후 관련해 심심치 않게 듣는 게 에어컨이 흔치 않은 유럽에서 여름에 여행하다 더위로 고생한 경험입니다. 필자도 겪어본 상황입니다. 지난 10여 년간 학회 참석 등 기회가 되면 영국을 방문해 8월 내내 런던에서 열리는 비비씨 프롬스(BBC Proms) 연주회에 가곤 했습니다. 그런데 시내 중심부에 있는 공연장(Royal Albert Hall) 가까운 숙박시설이 비쌉니다. 마침 인근에 위치한 대학교 기숙사가 여름 방학 기간 비교적 싼 숙박 시설로 제공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처음 이용했던 여름에는 날씨가 덥지 않아 편리한 위치의 기숙사가 로또 상품인 듯했지요. 하지만 다음 해에는 밤에 창문을 열고 선풍기를 틀어도 더워 잠을 설쳤습니다.지난주 습설 폭탄에 드러누운 나무에어컨이 없어 겪는 일이지요. 기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많지만 위도(緯度)로 보면 유럽 대부분은 한반도보다 북극에 더 가깝습니다. 유럽 대륙 서남단 끝 포르투갈의 위치가 한반도를 양분하는 38도선에 해당됩니다(런던은 북위 51.3도). 전력 소비와 환경 영향에 대한 우려, 규제 등에도 불구하고 유럽에서 에어컨이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고 합니다.전문가들에 따르면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에 비해 1.5도씨 이상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큰 폭으로 온실가스의 배출을 낮추어야 합니다. 올해 이미 평균 기온이 이 정도 올랐다고도 합니다. 지난주 우리가 겪은 백 년 만의 11월 폭설은 서해의 온도가 평년보다 2도 정도 높아 많은 수증기를 제공하며 나타난 현상이라지요. 이는 온난화에 따른 기상 현상이 덥고 긴 여름에 국한된 것이 아님을 잘 보여줍니다.궁금한 것은 우리가 기적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크게 줄이면 평균 기온이 낮아질까, 즉 인공적 원인에 의한 온난화와 온실가스와의 관계가 연속적이고, 가역적(可逆的)일까 하는 점입니다. 만약 향나무를 덮은 눈과의 관계가 그러하다면 시간이 지나며 나무가 원래처럼 바로 설 겁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나무가 옆으로 누운 채 새 가지만 위로 뻗을지도 모릅니다.충격 후 얼마나 원상을 회복할 수 있을지 관심인 것은 기후현상뿐만 아닙니다. 사회적 현상도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어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큰 충격을 겪은 후 사회상이나 경제활동이 얼마나 충격 이전의 모습을 회복할지가 아직도 관심거리입니다. 한국이나 미국에 국한된 일이 아니지만 선동, 가짜뉴스와 사회 양극화가 건기(乾期)의 들불처럼 맹위를 떨치고 있고, 이런 추세는 전례 없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 ‘탄핵’은 상당히 심각한 정치 행위로 여겨졌었지요. 요즘은 동네 마트의 ‘1+1 행사’ 품목처럼 흔한 일입니다. 앞서 언급한 추세에 힘입어 대선에서 이긴 트럼프는 그간 정적들을 가만히 두지 않겠다고 보복을 공언했지요. 내년 초 취임하면 어떤 희한한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법과 규범을 지키는 것은 ‘나와는 상관없고 너만 하면 되는 일’인 듯합니다. 극단화, 양극화로 합리적 중도는 대낮 햇볕 아래 눈사람 처지이지요.양극화를 키우는 것이 ‘에코 쳄버(Echo chamber, 반향실) 효과’입니다. 자기와 비슷한 생각이나 의견만을 들으며 점점 자기 편향적이 되어가는 현상인데 이게 국내외에서 이념적 정치적 양극화, 또는 터널 비전(혹은 토끼굴 편집증?)을 더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사회연결망(SNS)의 확산은 이런 경향을 더 부추기고 있습니다. 주변에도 공중파나 신문 대신 유튜브를 본다는 지인들이 있습니다. 모든 공공 언론 매체가 엄정히 중립적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나름대로 사실 확인(fact checking)을 하기에 사실을 보도한다고 생각됩니다. 물론 해석은 자유지요.반향실은 해석뿐 아니라 사실도 입맛에 맞추어줍니다. 엄연한 가짜뉴스가 진짜 뉴스를 구축하지요. 미국 대선 후보 해리스와 트럼프의 토론회에서 트럼프는 특정 소도시에 모여 사는 아이티 이민자들이 원주민들의 개와 고양이를 잡아먹는다는 가짜뉴스를 퍼 날랐습니다. 실제 그 지자체의 시장, 경찰이 공식적으로 그런 일이 없다고 해명하고 나섰고, 언론 매체가 이를 보도했지만 아마도 많은 트럼프 지지자들의 반향실에서는 뉴스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는 "상대가 저급하게 굴어도 우리는 고급지게 처신하자(When they go low, we go high!)"라는 구호를 자주 외쳤습니다. 존경받는 공인의 높이 살만한 제언이지만, 안타까울 정도로 세상 물정 모르는 소리로 들리기도 합니다. 회자되고 있는 AI는 이런 추세와 관련 악재가 될 개연성이 커 보입니다.사회구성원 간의 각종 이슈를 보는 시각의 간극 확대는 갈등 고조로 이어질 것이고, 이런 증상은 습설처럼 우리를 덮쳐 대부분이 불행해지는 방향으로 몰아가는 것 같습니다. 사회 구성원들이 자치(自治)하는 방식인 민주주의 제도가 향후 어떤 식으로 변할지, 휘어도 자라는 향나무가 될지 아니면 처참히 부러진 소나무가 될지 오리무중입니다. 험한 여정에 모두 무탈하기를 빕니다. Dona nobis pacem(우리에게 평화를 주소서).*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자유칼럼의 글은 어디에도 발표되지 않은 필자의 창작물입니다.자유칼럼을 필자와 자유칼럼그룹의 동의 없이 매체에 전재하거나, 영리적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습니다.필자소개허찬국1989년 미국에서 경제학 박사학위 취득 후 미국 연지준과 국내 민간경제연구소에서 각각 십년 넘게 근무했고, 2010년부터 2019년 초까지 충남대 무역학과 교수로 재직. 다양한 국내외 경제 현상을 조사하고 연구하는 것이 주된 관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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