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보감 허준 선생 고향은 파주”…양천 허씨 후손 책 냈다<중앙일보>
입력 2024.08.08 13:30

전익진 기자  구독중

■인터넷에서 아래 글을 클릭하시면 대담하는 동영상도 보실 수 있습니다.

▶“동의보감 허준 선생 고향은 파주”…양천 허씨 후손 책 냈다 | 중앙일보 (joongang.co.kr)


조선 시대 명의이자 동의보감의 저자인 구암(龜巖) 허준(許浚·1539~1615) 선생의 고향(출생지)은 경기도 파주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허준 선생의 후손인 양천허씨대종회 부회장 허현강(70·임진강문화연구회 회장)씨의 말이다. 허씨는 이런 내용 등을 담은 ‘의성 허준의 동의보감’이란 책자를 최근 발간했다. 400여 년 전인 1613년 허준 선생이 저술한 동의보감은 의서로서는 세계 최초로 2009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경기도지정문화재 제128호인 경기도 파주시 민통선 내 허준 선생 묘(왼쪽)와 부인 안동 김씨 묘, 어머니 영광 김씨 묘(뒤쪽). 사진 임진강문화연구회

허씨는 8일 “허준 선생의 출생지가 서울 양천, 경남 산청, 전남 담양 등지라는 논란이 지속되고 있지만, 허준 선생의 고향은 족보에 기록된 역사와 양천 허씨 어르신들의 구전 등에 근거할 때 허준과 가족의 묘소가 있는 ‘파주 장단’이 유력한 것으로 연구됐다” 밝혔다. 현재 민통선 내인 장단에는 허준 선생과 아내, 어머니의 묘소가 나란히 있고, 가족의 묘소도 인근에 있다.

ADVERTISEMENT


허씨는 허준 선생 고향을 놓고 여러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이유에 대해 “허준 선생의 묘소가 민간인의 출입이 닿지 않는 민통선 내에 있는 데다 허준 생가(북한 개성시 장풍군 국화리)가 북한에 있고, 직계후손 대부분이 월남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1947년 이후 남북 왕래가 끊기고 한국전쟁 이후 묘소가 민통선 지역으로 포함된 것도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의성 허준의 동의보감’ 책자를 펴낸 양천 허씨 대종회 부회장 허현강(70ㆍ임진강문화연구회 회장)씨. 전익진 기자

“가난한 민중 돕기 위한 이타 정신에서 동의보감 저술”  
허씨는 허준 선생이 품었던 사상과 철학, 학술적 배경을 고찰하기 위해 후손의 입장에서 30여년 간 연구해 책자를 펴냈다고 했다. 이를 위해 그는 종중의 가치를 연구하고 이어갈 요량으로 20대 중반 젊은 시절부터 동양학을 수학 중이다.

그는 허준 선생이 동의보감을 저술하는 데 기초가 된 정신은 민중을 향한 ‘애민 사상’인 것으로 연구됐다고 했다. 그는 “가난한 민중들이 의서의 도움을 받아 값싸고 편리하게 건강을 돌볼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이타적인 정신으로 의서를 집필한 것이 드러난다”고 했다.

그는 이런 근거로 동의보감은 병의 치료 이전에 수명을 늘리고 병에 걸리지 않는 방법을 정리했고, 많은 처방을 간단하게 정리했다는 점을 꼽았다. 특히 조선 땅에서 나는 약초를 사용한 점도 이런 까닭이라고 했다. 허씨는 “동의보감이 담고 있는 사상의 중심에는 조선 시대를 지배하고 있던 유교 사상과는 다른 방향성을 가진 도가 사상(무위자연 사상)이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했다. 이런 사실은 허준과 학문적 교류를 맺었던 당대 지식인들을 역추적함으로써 파악할 수 있었다고 했다.


양천 허씨 대종회 부회장 허현강(70ㆍ임진강문화연구회 회장)씨가 펴낸 ‘의성 허준의 동의보감’ 책자. 사진 임진강문화연구회

도가 사상은 인간의 현실적 타락과 무지의 근거를 찾아 그것을 척결해 내고, 자연의 실상을 깨달은 참지혜를 통해 무위(無爲)의 삶을 추구하는 사상 경향을 말한다. 허씨는 “동의보감은 화담 서경덕 선생에게서 전승된 양천 허씨 일가의 도가적 학문 전통이 유교적 학문 전통과 융합된 의학서이자 동시에 철학서이며, ‘형이상학적 과학’을 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고 말했다.

그는 허준 선생과 함께 황희 정승, 화담 서경덕, 율곡 이이, 미수 허목, 풍석 서유구 등 조선 시대 학문의 대가들을 낳은 파주·연천을 포함하는 38선 인근 ‘임진강문화권’ 지역이 미래 통일 대한민국의 중심이자 세계의 중심이 부상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69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