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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산불의 충격 [김수종], 2023. 8.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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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산불의 충격

2023.08.30

TV뉴스를 보노라면 폭염, 가뭄, 홍수, 태풍과 허리케인은 물론 남북극에서 거대한 빙하가 붕괴되는 광경이 우리 눈에 들어옵니다. 이런 재난 중에서도 올해 유독 관심을 끄는 게 산불입니다.

지금 미국은 100년 동안 경험해 보지 못한 최악의 산불로 충격에 싸여 있습니다. 바로 8월 8일 하와이 군도의 마우이 섬에서 일어난 산불입니다. 한나절 산불로 120여 명이 목숨을 잃었고 1천여 명은 실종 상태입니다. 마우이 섬의 관광 중심지 라하이나는 마치 2차대전 때 폭격에 의해 완전 폐허가 됐던 독일의 도시를 연상케 할 정도입니다.
허리케인을 타고 급속히 밀려드는 불길을 피하지 못해 주민들은 집 안이나 자동차 안에서 불에 타 죽거나 바다로 뛰어들어 행방불명이 되었습니다. 거의 모든 사망자가 화상이 심해 DNA로 신원을 확인할 수 없다고 합니다.
미국 신문이 한 여성 생존자를 인터뷰하여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이 여성은 자동차를 타고 집을 탈출하여 해안도로에 진입하였으나 교통체증에 걸려 옴짝달싹할 수 없었습니다. 산불이 빌딩 지붕을 타고 삽시간에 거리로 번지자 차를 버리고 바다로 뛰어들었습니다. 바다에 박힌 돌을 붙잡고 밀려오는 거친 파도와 사투를 벌이다가 몇 시간 만에 해변으로 겨우 기어나와 살아났다고 합니다. 옛날 하와이 왕국의 수도였던 라하이나 주민은 약 1만5천 명. 이곳 하루 상시 관광객이 주민 수 만큼 된다고 하니 3만여 명이 갑자기 덮친 산불에 갇혀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사투를 벌였을 광경을 상상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신문과 방송들은 이 광경을 인페르노(inferno)라고 표현했습니다. 인페르노는 단테의 신곡에 나오는 불지옥입니다.

마우이 섬은 하와이 군도의 여러 섬 중에서 두 번째 큰 섬으로 제주도와 면적이  같습니다. 해발 3천미터의 화산을 지닌 수려한 관광 명소로 근래 한국 관광객들도 적잖이 방문하는 곳입니다. 아마 이 화염에 혼이 난 한국인도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열대 바다 위에 있어 비가 많은 이 섬이 대형 산불에 취약하게 된 이유를 놓고 현지 전문가들은 두 요인을 지적합니다. 첫째 기후변화의 영향입니다. 하와이는 1990년 이래 강수량이 우기에 30%, 건기에 6% 감소했다고 합니다. 둘째 지난 30년 동안 식물 생태계가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마우이섬은 전통적으로 사탕수수를 대량으로 재배하던 곳인데, 21세기 들어서는 사탕수수를 베어버리고 소 사육을 늘리면서 속성으로 자라는 식물을 들여다 심었습니다. 이 외래종 풀들은 잘 자라는 대신 생육기간이 지나면 말라서 산불의 불쏘시개 역할을 하게 됐다는 것입니다. 또 목재용으로 외래종 소나무를 식재한 것도 산불에 약한 생태계가 되게 한 원인이라고 합니다.

올해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 등 지중해 연안 지역에서도 산불이 기승을 부렸습니다. 7월 말 이탈리아의 시칠리아 섬의 아파트에서는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대가족 집안 어른이 죽어 장례를 치르게 되었습니다. 친인척이 아파트에 모여 관을 둘러싸고 장례미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인근 산에서 산불이 발생해 삽시간에 아파트로 불길이 번졌습니다. 공포에 질린 가족들은 장례를 중단하고 관도 그대로 둔 채 아파트에서 탈출해야 했습니다.
캐나다는 원래 미국에 비해 산불이 덜한 곳입니다. 고위도의 냉대림에 위치해 있어 습기가 많아 산불이 크게 번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달랐습니다. 5월부터 산불이 번지기 시작해서 지금도 타고 있습니다. 특히 퀘벡 주에 산불이 크게 번져 한국 소방구조대도 그곳에 파견될 정도였습니다. 8월 중순까지 캐나다 산림 13만㎢가 잿더미가 됐습니다. 남한보다 더 넓은 면적입니다.

산불은 그 자체가 인간에게 공포를 줍니다. 산불이 자주 일어나고 대형화하는 것은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지구는 앞으로 더 뜨거워질 것이고 따라서 산불은 더 자주 더 크게 발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리나라도 봄철이 되면 연례행사처럼 산불이 납니다. 숲은 더욱 울창해지는데 기후변화가 심해지니 산불의 위험이 커질 것입니다. 과거의 산불 통계가 기준이 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와이 산불이 그걸 말해줍니다.
하와이는 1946년 높이 16m의 쓰나미(해일)가 섬을 휩쓸어 159명이 사망하는 대재앙을 겪었습니다. 그래서 재난 경보시스템이 세계에서 가장 발달한 곳이라고 합니다. 그렇지만 이번 산불엔 속수무책이었습니다. 불길이 워낙 빠른 데다 교통통제가 되지 않아 도로가 막혔기 때문에 주민과 관광객들이 불길 속에 갇혀버렸습니다. 사이렌 경보 책임자는 "사이렌을 울리면 해일이 난 줄 알고 사람들이 불길에 휩싸인 고지대로 몰려갈 터여서 손을 못 썼다"고 변명했습니다.
시스템과 장비가 훌륭해도 평소 대피 훈련 등 재난에 대비하는 준비가 부족했던 겁니다. 우리에게 주는 유비무환(有備無患)의 교훈이 적잖을 듯합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자유칼럼의 글은 어디에도 발표되지 않은 필자의 창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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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김수종

‘뉴스1’고문과 ‘내일신문’ 칼럼니스트로 기고하고 있다. 한국일보에서 32년간 기자생활을 했으며 주필을 역임했다. ‘0.6도’ 등 4권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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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허세광

작성일 : 2023-09-03


김/수/종/2/분/충/격 자유칼럼니스트 잘 읽었습니다, 기후변화로 세계는 지금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미국화와이 뿐만 아니라 지구는 혼돈 속에 빠져 허덕이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세계의 휴양지 하와이 산불을 보고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닌 환경에 처해 있다고 말 할 수 있다. 지난 4월 11일 08시 30분경 강릉시 난곡공 4번지 수목이 전도되어 강릉경포에서 발생한 산불은 양간지풍(양양과 고성사이 남서풍)으로 순간풍속 30m/s 약136km로 건물 240채중 주택40채, 팬션28동, 호텔3, 등 8시간 만에 피해면적 379ha로 축구장 541개를 삽시간에 불태웠습니다, 지방유형문화재 제50호 강릉시 저동 8 경포대 아래 홍장암 뒤에 있는 단층팔각지붕 조선 철종 10년(1859)지은 문화재를 비롯하여 비지정문화재 상영정과 인월사 사찰이 전소 되었습니다. 이 산불로 인해 강릉시 안현동 326-1번지 양천허씨강릉종중 재실 아래층 관리주택이 전소되었고 재실 2층은 다행히 괜찮았으나 계단돌과 물받이시설이 완전히 불에 탔습니다. 이로 인하여 승지공 휘 돈()자 이하 5대조까지 합제(合祭)를 봉행하려고 하였으나 화풍(火風)으로 재해를 입어 묘소에서 참배를 하였습니다. 금번 화재를 입고 보니 화재보험가입을 현실가액으로 가입하여야 함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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