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w.freecolumn.co.kr당신과 함께 여행합시다. -마취목2023.04.13.마취목 (진달래과) 학명 Pieris japonica앙증맞게끔 자잘한 꽃이 다닥다닥 붙은 하얀 꽃송이, 금세라도 맑고 고운 방울 소리가 쏟아질 것만 같은 하얀 꽃이 무더기로 피어 봄소식을 전해줍니다. 눈부시게 하얀 색깔에 뾰로통한 우리 아기 입술과도 같은 모습의 마취목꽃입니다. 올해 들어 예서제서 야금야금 들려오는 봄소식에 안달이 나고 찾아오는 봄빛이 너무 그리웠습니다. 남녘에서부터 올라오는 봄을 앉아서 기다릴 게 아니라 쫓아가서 맞이하겠다고 2월 중순, 이른 새벽 고속전철을 타고 성미 급하게 찾아간 곳이 남녘의 완도수목원이었습니다. 이곳에서 만난 마취목, 자생의 마취목은 아니었지만, 공립의 수목원 야지에서 자라고 있는 이 나무를 보니 반갑고 기쁜 마음에 들뜨기도 했습니다. 해외에서는 한두 번 만난 적이 있지만 국내 야지에서는 처음 만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너무 이른 탓이었는지 꽃망울만 매달려 있어 서운하기도 했던 나무입니다.마취목은 겨우내 열매처럼 생긴 빨간 꽃망울을 달고서 겨울을 납니다. 그러다가 매화꽃 필 무렵이면 풍성하고 소담한 꽃을 무더기로 피워 올려 맨 먼저 봄소식을 알리는 목본류(木本類) 꽃 중의 하나입니다. 부탄의 야산과 일본에서 이 나무를 만났지만 하도 이른 봄에 꽃을 피우는지라 꽃을 만나지는 못했었습니다. 이른 봄에 해외 꽃 나들이를 간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완도수목원에서 올해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이게 꽃인가? 열매인가? 싶은 정도로 헷갈렸습니다. 꽃이 핀 마취목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이번에 마취목꽃을 만난 곳은 일본의 오사카입니다. 마침 일본에 갈 기회가 생겨 3월 말에 부산과 오사카로 오가는 크루즈선을 타고 현해탄을 건너 도착한 오사카에서 4월을 맞이했는데 그곳에서 운 좋게도 이 나무의 꽃을 만날 수가 있었던 것입니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꽃길을 지나 대나무 숲에 들어서면서 대나무 울타리에 서 있는 조그마한 나무에 가지가 휘어질 만큼 하얗게 옹기종기 둘러붙은 꽃 무리를 만났습니다. 무슨 나무꽃일까? 하고 가서 보니 바로 마취목이었습니다. 풍성한 꽃송이 탓에 축축 늘어져 휘어진 가지마다 옥처럼 하얀 꽃이 무더기로 달려 있었습니다. 드디어 꽃이 핀 마취목을 처음 만난 것입니다. 우연하게도 국내외에서 모두 올해의 첫 봄꽃맞이 나들이의 감동이 마취목으로부터 시작된 셈입니다. 마취목의 꽃말이 ‘당신과 함께 여행합시다.’라고 하는데 우연치고는 참 멋진 우연인 것 같습니다..마취목 꽃망울(2023.2.18 완도수목원) / 마취목 꽃(2023. 4. 1 일본 오사카)위 사진의 왼쪽은 올 2월에 완도수목원에서 만났던 마취목의 꽃망울 모습입니다. 오른쪽 사진은 오사카에서 만난, 꽃이 활짝 핀 마취목입니다. 마취목은 천리포수목원에도 몇 그루 있다고 합니다. 마침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천리포 수목원의 마취목 앞에 세워진 안내판의 글귀가 마취목을 잘 설명해 주고 있어 여기에 옮겨봅니다. ‘전쟁을 패하게 한 마취목, 잎에 독이 있어 말이나 소가 섭취하면 마비 증상을 일으켜 마취목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옛날 일본에서 전쟁 중 기마대의 말들을 마취목 근처에 묶어 놓았다. 지치고 배고픈 말들이 이 마취목의 잎을 뜯어 먹은 후 마비 증상을 보이던 중 적들로부터 공격을 받아 전쟁을 패하게 하였다는 전설이 있다.’위의 설명대로 마취목은 잎에 독성이 있어 소나 말이 먹으면 마취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진달래과에 속하는 상록활엽관목으로 키는 2~3m까지 자라며 꽃은 이른 봄에 작은 방울 같은 하얀 꽃들이 촘촘히 매달려 아래로 축 늘어져 핍니다. 많은 꽃이 많이 매달린 모양이 아름다워 정원용으로 심기도 합니다. 독성이 강하기 때문에 잎을 삶아서 농작물의 해충이나 파리를 없애는 데도 사용한다고 합니다. 처음 이 꽃을 만나고 매우 귀한 꽃을 보았다고 여겼는데 이후 오사카의 시내 가로수 화단, 가정집 정원 등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꽃나무 중의 하나인가 봅니다.마취목은 우리나라 자생종은 아니지만, 국내 꽃 시장에서도 많이 거래되고 있습니다. 반 그늘지고 어느 정도 습기가 많은 곳을 좋아하며 추위에는 다소 약한 편으로 5℃ 이상은 되어야 겨울을 넘길 수 있습니다. 그 때문에 남부 지역 일부를 제외하고는 노지 월동이 되지 않아 주로 실내에서 화분으로 재배합니다. 겨울에도 잎이 떨어지지 않는 상록성인데다 이른 봄에 많은 꽃이 많이 달리며 아름다워 화분용으로 주로 기르며 드물게 남부지역에서는 정원용으로 심기도 합니다. 옥으로 만든 단지처럼 생긴 하얗고 작은 꽃들이 가지 끝에 다닥다닥 붙어 피는데, 꽃이 한창 필 때는 끝이 무거워 축축 늘어지게끔 많은 꽃이 달리지만 햇빛이 부족한 곳에서는 꽃이 잘 피지 않습니다. 꽃은 대부분 흰색이지만 약간 붉은빛을 띠는 것도 있습니다.마취목은 초겨울부터 열매 같기도 한 불그레한 모습의 꽃망울을 부풀려 겨우내 매달고 봄을 간절히 기다리는 꽃나무입니다. 국내와 해외의 첫 꽃나들이에서 만난 마취목, 올해는 마취목의 꽃말처럼, 세월과 함께 꽃나들이 할수록 귀하고 소중한 꽃쟁이 친구들과 더불어 ‘당신과 함께 여행합시다.’를 건강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실행할 수 있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하는 소망을 빌어봅니다.(2023. 4월 오사카에서)-끝-*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자유칼럼의 글은 어디에도 발표되지 않은 필자의 창작물입니다.자유칼럼을 필자와 자유칼럼그룹의 동의 없이 매체에 전재하거나, 영리적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습니다.필자소개박대문환경부에서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과장, 국장, 청와대 환경비서관을 역임했다. 우리꽃 자생지 탐사와 사진 촬영을 취미로 삼고 있으며, 시집 『꽃벌판 저 너머로』, 『꽃 사진 한 장』, 『꽃 따라 구름 따라』,『꽃사랑, 혼이 흔들리는 만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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