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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난설헌 시집 : 빈녀음(貧女吟 가난한 여인의 노래) / 허경진 옮김, 2021. 3. 12.

허난설헌 시집/허경진 옮김 
 
貧女吟(빈녀음)/허난설헌
가난한 여인의 노래 
 
1.
豈是乏容色 기시핍용색
工鍼復工織 공침복공직
少小長寒門 소소장한문
良媒不相識 양매불상식 
 
얼굴 맵시야 어찌 남에게 뒤지랴
바느질에 길쌈 솜씨도 모두 좋건만
가난한 집안에서 자라난 탓에
중매할미 모두 나를 몰라 준 다오. 
 
2.
不帶寒餓色 부대한아색
盡日當窓織 진일당창직
唯有父母憐 유유부모련
四隣何會識 사인하회식 
 
춥고 굶주려도 얼굴이 내색 않고
하루 내내 창가에서 베만 짠다네
부모님만은 가엽다고 생각하시지만
이웃과 남들이야 나를 어찌 알리오 
 
3.
夜久織未休 야구직미휴
戞戞嗚寒機 알알오한기
機中一匹練 기중일필련
終作阿誰衣 종작아수의 
 
밤늦도록 쉬지 않고 베를 짜노라니
베틀 소리만 삐걱삐걱 처량하게 울리네
베틀에는 베가 한 필 짜여 있지만
결국 누구의 옷감이 되려나 
 
4.
手把金剪刀 수파금전도
夜寒十指直 야한십지직
爲人作嫁衣 위인작가의
年秊還獨宿 연년환독숙 
 
손에다 가위 쥐고 옷감을 마르면
밤도 차가워 열 손가락 곱아오네
남들 위해 시집갈 옷 짓는다지만
해마다 나는 홀로 잠을 잔 다오 
 
許蘭雪軒(허난설헌)-조선 선조 때 여류시인. 허균의 누이. 본명은 허초희 
 
◀補充 說明 (보충 설명)▶ 
 
차디찬 겨울 방에서 맨손으로 쇠붙이 가위와 바늘을 만지니 열 손가락이 전부가 얼어 빳빳해 지는 구나, 남을 위하여 혼수감을 지어 주기는 하지만 집이 가난하여 자기 자신은 시집도 못가고 긴긴 겨울밤을 홀로 텅 빈 방을 지킴으로 보내니 그 마음이 얼마나 아플까? 
 
임진왜란이 일어나 피난통에 가족과 떨어져 삯바느질로 연명해야하는 집들이 많았다, 남자들은 다 전쟁터에 나가 농사 일손이 부족하여 전국적으로 궁핍하기도 하였지만, 생사를 모르는 가족을 기다리며 어렵게 하루하루 기다리는 여자들의 마음이야 오죽하였으랴, 그 와중에 혼기도 놓치고 남의 삯바느질이나 해 주는 여인들도 많았을 터이니, 허난설헌은 같은 여자로서 이들을 동정어린 눈으로 바라보며 이 작품을 쓴 것이다. 
 
洪吉童傳(홍길동전)의 작가 許筠(허균)의 누이인 許蘭雪憲(허난설헌)은 유명한 학자의 인물을 배출한 천재적 가문에서 성장하면서 오빠와 동생의 틈바구니에서 글을 배웠다, 아름다운 용모와 뛰어난 문장으로 신동이란 말을 들으며, 李達(이달)에게서 시를 배웠다, 원만하지 않은 결혼 생활과 고부간의 불화, 친정집의 獄事(옥사) 등으로 삶의 의욕을 잃고 시를 지으며 고뇌를 달래다가 27세의 나이로 생을 마쳤다. 작품의 일부를 허균이 明나라 시인 朱之蕃(주지번)에게 주어 중국에서 “蘭雪軒集(난설헌집)”이 간행되어 극찬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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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허장호

작성일 : 2021-07-13


[출처 : 카카오스토리, 김직필, 2021. 3. 12.] 許蘭雪軒 詩集 / 허경진 옮김. (韓國의 漢詩 10). 허경진 박사는 연세대학교 객원교수, 열상고전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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